일간정치

웃으며 악수했지만…'서해 불법 구조물' 놓고 베이징에서 충돌한 한중

2025.12.19. 오전 09:31
 1년 4개월여 만에 재개된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단순한 실무 협의를 넘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을 띠며 개최되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이 베이징에서 마주 앉은 이번 회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급 대화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이 대통령이 회담 당일 "조만간 중국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독립유공자 유해 발굴 문제를 정상회담의 사전 의제로 논의해달라고 지시한 대목은, 박 차관의 이번 방중이 단순한 협의를 넘어 정상 간의 만남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급물살을 타게 된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민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 대통령을 중국으로 공식 초청하고 이 대통령 역시 조기 방중 의사를 밝히면서 형성된 긍정적인 분위기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외교부는 양측이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정상 간의 공감대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민생 성과"로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 정상이 만나게 될 경우,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수사를 넘어 양국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협력 및 교류 활성화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물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도 양국 간의 껄끄러운 현안들 역시 수면 아래에서 다뤄졌다. 외교부가 "서해 문제 등 상호 관심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측은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원상 복구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 측은 최근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와 중일 갈등 상황에 대한 자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설명하며 우리 측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려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양국은 고위급 교류의 흐름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도, 각자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 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과 역할을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 차관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이끌어내기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하게 당부했다. 이에 마 부부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역내 국가들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향후 대화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