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정치

윤석열 탄핵 위기 속 청문회, 수두룩한 '빼박 증거들'

2025.01.23. 오전 12:42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첫 청문회에서 야당은 이른바 '비상입법기구 쪽지' 전달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수사의 위헌성,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의 일방적인 태도를 문제 삼으며 맞불을 놨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내란 특위 1차 청문회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2월3일 계엄 당일 오후 10시 20분부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담화 이후인 오후 11시 10분까지 합동참모본부(합참) 전투통제실에 있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쪽지를 바로 받은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해당 쪽지를 김 전 장관이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대체할) 국가비상입법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최상목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저는 준 적도 없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부 장관이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답했다.

 

비상입법기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내용이다. 검찰은 김용현 전 장관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하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최 부총리에게 1장짜리 쪽지를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쪽지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라는 제목에 3가지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지시가 그중 하나로, 이는 비상계엄이 국회를 해산하려는 의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쪽지를 못 봤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계속됐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최 권한대행은 정황이 없어서 (내용은 보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뒤 갑자기 접힌 종이를 줬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어제 윤 대통령이 진술한 것과 비교하면 최 권한대행은 거짓말쟁이인가"라고 말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최 권한대행이 쪽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통령 집무실에 함께 있었던 인사들을 추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보지 못했다"고 답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본인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부 장관 지시사항이 담긴 쪽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다만 "제가 자리에 앉자마자 (윤 대통령이 쪽지를) 건넸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군 병력 출동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질의도 이어졌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대통령 지시 없이 군인이 이동하고, 임무를 수행했다면 반란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본부장은 "군령권을 가진 (김용현) 전 장관에 의해 지시가 이뤄졌고,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심리에서) 어떻게 답변하고 있는지는 제가 확인을 못 했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강제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장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던 배경을 물으며 "위법한 체포 집행"이라고 했고, 곽규택 의원은 "공수처가 수사역량도 부족한데 무슨 쇼를 하듯이 수사를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임종득 의원은 "야당이 내란 특검법(특별검사법안) 수정안에서 외환죄를 뺐다고 주장하는데, 여전히 수사 중 인지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심어놨다"며 "외환죄를 물어서 군의 대북 정책과 군사 활동에 족쇄를 채운다면 김정은이 제일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국정 운영의 책임을 도맡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여러 번 거론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 21일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것을 두고 한 총리에게 "과거 관치금융으로 회귀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고, 한 총리는 "동감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증인에 채택된 윤 대통령 등의 불출석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을 포함, 청문회에 불참한 증인 7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을 상정·표결해 찬성 11명, 반대 7명으로 가결시켰다. 여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에,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에 손을 들었다.

 

여당은 "대통령 망신 주기"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이번 청문회 핵심은 윤 대통령의 출석"이라고 맞받았다. 야당 간사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 청문회의 핵심은 내란수괴 윤 대통령의 출석"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회 가용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윤석열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즉각 발부해 달라"고 했다.

 

이에 여당 간사를 맡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가 증인 요청한 인물 중 가장 대표적인 분이 (방송인) 김어준 씨다. 민주당은 김 씨가 피해자여서 증인채택에 동의 못 한다 하지만 김 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참고인 출석하기도 했다"며 "(국정조사에) 자진 출석하도록 권고라도 좀 해 주는 게 어떻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