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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봐도 병을 아는 능력, 알고 보니 여성의 생존 본능

2025.12.24. 오후 02:02
 주변에 몸이 아픈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안색이 좋지 않다"는 말로 걱정을 건네곤 한다. 반대로 특별한 증상을 듣지 않았음에도, 푹 꺼진 눈이나 창백한 입술 등 얼굴에 드러난 미세한 변화만으로 상대방의 건강 이상을 직감하고 "어디 아프냐"고 묻기도 한다. 이처럼 얼굴 표정이나 안색을 통해 질병의 징후를 감지하는 능력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능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훨씬 더 뛰어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발표된 미국 마이애미 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타인의 얼굴에 나타나는 질병의 미묘한 신호를 훨씬 더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80명의 대학생(남녀 각각 140명)을 대상으로, 12명의 인물이 각각 아플 때와 건강할 때 촬영한 총 24장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평가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사진 속 인물이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괜찮을지, 혹은 경계심이 드는지 등 질병과 관련된 6가지 차원에 대해 9점 척도로 점수를 매겼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남성 참가자들에 비해 사진 속 인물이 아픈 상태라는 것을 평균적으로 훨씬 더 정확하게 감지해냈다. 건강할 때와 아플 때의 미묘한 안색 변화, 표정의 차이를 더 예리하게 구분해낸 것이다. 이러한 남녀 간의 인식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준이었으며, 연구에 사용된 여러 평가 기준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단순히 감성적인 추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질병의 시각적 단서를 인지하는 능력이 더 발달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여성이 이처럼 뛰어난 '질병 탐지기' 역할을 하도록 진화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유력한 가설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양육자 가설'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영유아를 돌보는 주된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의 건강 상태를 비언어적 신호, 즉 얼굴 표정이나 기색을 통해 파악하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아기의 미세한 질병 징후를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은 자녀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러한 특성이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화되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가설은 여성이 남성보다 질병 감염에 대한 '혐오감'을 더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잠재적인 감염원을 피하려는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더 민감하게 작동하면서, 아픈 사람을 더 빨리 식별하고 거리를 두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