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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원투수' 등판… 완전 자본잠식 레고랜드, 아쿠아리움 대표가 살릴 수 있을까?

2025.09.09. 오전 12:34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내걸고 야심 차게 출발했던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개장 3년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화려한 개장식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회사는 지속된 적자의 늪에 빠져 결국 자본이 모두 잠식되는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 '꿈의 테마파크'가 '빚더미 리조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레고랜드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표였다. 회사의 자본총계는 -1003억 7900만 원으로, 이미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도 막대한 부채만 남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누적된 미처리결손금이 무려 1915억 원에 달하며 자본금 905억 원을 훌쩍 넘어선 결과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350억 원으로, 전년(289억 원) 대비 무려 5배 가까이 폭증하며 재무 구조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재무적 붕괴의 근본 원인은 끝없이 추락하는 매출과 계속되는 영업손실에 있다. 전 세계 10번째 레고랜드이자 한국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첫해 622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이듬해 494억 원, 지난해에는 380억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역시 60억 원, 200억 원, 197억 원을 기록하며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적자 경영을 이어왔다.

 


결국 문제는 방문객 유치 실패였다. 2022년 춘천 중도에 28만㎡ 규모로 문을 열 당시, 레고랜드는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목표는 신기루에 그쳤다.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고랜드의 연간 입장객 수는 2022년 약 65만 명, 2023년 약 63만 명으로 급감했으며, 심지어 올해는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측은 글로벌 운영사의 방침을 이유로 구체적인 방문객 수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텅 빈 주차장과 한산한 놀이시설의 모습은 이미 실패를 증명하고 있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레고랜드는 뒤늦게나마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동안 가장 큰 한계로 지적받았던 '영유아에게만 치중된 놀이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세계 최초의 닌자고 테마 롤러코스터 '스핀짓주 마스터'를 도입하고 7월에는 대형 바닥 분수 '마리나 제트'를 개장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달부터는 모기업 멀린사가 인수한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이성호 대표가 레고랜드 대표직을 겸임하는 강력한 '구원투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과연 레고랜드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여 다시 아이들의 꿈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업계의 모든 시선이 춘천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