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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날두’ 뛰어넘는 테니스 맞대결..윔블던은 이미 후끈해

2025.06.10. 오후 02:45
 2025 프랑스오픈이 막을 내리자마자, 세계 테니스 팬들의 시선은 곧장 잔디코트 시즌의 중심, 윔블던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윔블던은 오는 6월 30일 개막해 7월 13일까지 약 2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나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2025 롤랑가로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친 야니크 시너(23·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 때문이다.

 

이제는 빅3(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이끌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시너와 알카라스라는 두 젊은 거물이 테니스의 새 시대를 이끄는 중심축이 됐다. 이들의 맞대결은 마치 축구계에서 메시와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두고 경쟁했던 것처럼, 향후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놓고 반복될 흥미진진한 구도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시너와 알카라스는 최근 그랜드슬램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챔피언십 분포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시너는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알카라스는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을 차지했다. 올해는 시너가 호주오픈을, 알카라스가 최근 끝난 롤랑가로스를 품에 안았다. 이렇게 둘은 최근 6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나란히 나눠 가진 셈이다.

 

알카라스는 윔블던 공식 앱을 통해 “어릴 적부터 윔블던 우승은 나의 꿈이었다. 작년에도 우승했고,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히며 대회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2022년 US오픈에서 그랜드슬램 첫 승리를 거둔 이후, 알카라스는 지금까지 5번의 결승 무대에 모두 승리하며 5개의 타이틀을 챙겼다. 반면 시너는 3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이번 롤랑가로스 결승에서 시너는 1세트와 2세트를 먼저 따내며 기세를 잡았다. 특히 4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5-3, 40-0으로 매치포인트 상황까지 갔지만, 알카라스는 기적 같은 집중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경기를 5세트까지 끌고 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최종 스코어는 2-3(6-4, 7-6<7-4>, 4-6, 6-7<3-7>, 6-7<2-10>). 알카라스는 이 승리로 시너와의 상대 전적을 8승 4패로 벌렸다.

 

 

 

알카라스는 이번 롤랑가로스 7경기 전승을 통해 또 한 단계 성장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5세트의 강도 높은 체력 소화, 그리고 무엇보다 날카로운 드롭샷, 발리, 무게감 있는 톱스핀 포핸드와 엄청난 기동력은 현 시점 세계 테니스에서 독보적이다.

 

시너 역시 만만치 않다. 강한 서브와 정교하면서도 파괴력 있는 스트로크, 철저한 코트 커버 능력은 세계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만든 요소다. 이번 패배는 뼈아프지만, 윔블던에서는 반드시 설욕을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시너로선 롤랑가로스 결승에서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잔디코트에서 되찾겠다는 각오다.

 

테니스 레전드 마츠 빌란데르는 이들의 롤랑가로스 결승전을 두고 “페더러와 나달의 결승조차 능가할 수준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알카라스와 시너는 인간이 아닌 속도로 경기했다. 둘은 인류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이라고 극찬했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경이로운 경기였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시너와 알카라스의 라이벌 구도는 테니스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두 선수는 향후 10년 이상 세계 정상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새로운 ‘황금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년 동안 빅3가 테니스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시너와 알카라스가 그 자리를 대체하며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오는 윔블던에서 이들의 맞대결이 다시 성사된다면, 전 세계는 또 한 번 숨 막히는 드라마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